[세상을 흔든 애주가들] 술을 사랑한 문인(文人) 정철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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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질리도록 읽고 외운 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 등 가사 문학 작품들을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사문학은 운문과 산문의 중간 형태로 조선 시대를 관통하며 지속적으로 전해 내려온 문학의 한 갈래입니다. 가사문학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은 바로 '세상을 흔든 애주가’가 이번에 소개할 인물이 바로 가사문학의 대가이자 서인의 영수 송강 정철이기 때문입니다.  송강 정철은 당대 최고 애주가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수많은 작품이 있었지만 술에 대한 시조는 무려 20여 수가 된다고 합니다. 그가 애주가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작품은 바로 ‘장진주사 (將進酒辭)’입니다. 바로 중국의 대표 문인이자 애주가인 이백의 <장진주>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진 작품이죠. “한 잔 먹세 그려/또 한 잔 먹세 그려/꽃을 꺾어 세어가며/ 무진 무진 먹세 그려”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이 시는 탐미주의적 관점과 규율에 얽매이지 말자는 노장사상과 허무주의를 ‘권주가(勸酒歌:술을 권하는 노래)’로 표현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기존 한문투를 벗어나 3.4조 운율에 우리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한 송강의 권주가는 오늘말로 정말이지 ‘라임’이 넘치는 시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송강의 술 사랑에 대해 익히 들어 왔던 많은 후대들은 그의 대표작 관동별곡, 사미인곡에 나타난 세세하고 감성적인 표현 또한 그가 술과 자연을 함께 즐기면서 썼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술에 대한 사랑이 조금은 과했던 걸까요? 선조실록을 보면 송강의 주벽을 탄원하는 사례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도승지 정철은 술주정이 심하고 광망(狂妄)하니 해임 하소서’라거나 ‘예조 판서 정철은 술을 좋아하고 실성(失性)하여 지난날 승진 발탁했던 일에 대해서도 물의가 많으니...개정 하소서’라고 사간원에서까지 문제제기가 됐습니다. 선조 역시 송강의 술 버릇을 고치고자 작은 은잔으로 하루 세 잔만 먹도록 했지만 그는 은잔을 아예 넓게 펴서 주발로 만들어 마셨다고 합니...

[세상을 흔든 애주가들] 세조, 술로 조선을 평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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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는 외국 인물들을 소개했는데요 , 오늘은 우리 역사 속의 인물을 다루어 볼까 합니다 . 바로 조선 제 7 대 임금 세조입니다 . 여러분은 ‘ 세조 임금 ’ 하면 어떤 게 떠오르나요 ? 조카를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폭군 , 조선 최초의 법전인 < 경국대전 > 을 편찬한 왕 , 어쩌면 영화 < 관상 > 의 주인공인 배우 이정재 씨를 떠올리는 분들도 있겠죠 ? ▲ 어진화사 김은호가 1930 년대에 그린 세조 어진 초본 . 현존하는 세조 어진은 조선시대 원본과 김은호가 초본을 토대로 완성한 모사본 모두 1954 년 화재로 소실되어 위 초본이 유일하다 . (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 그런데 사실 ‘ 세조 ’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술 얘기입니다 . 세조는 왕위에 오르기 전 수양대군 시절부터 술자리를 즐기기로 유명했습니다 . 그는 술을 마시기도 잘 마셨지만 술자리에서 놀기도 잘 놀아서 조선시대 한 술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 수양대군이 대접하는 술자리에 꼭 가보라 ’ 는 말까지 돌았다고 합니다 . 그러나 그가 술자리에서 문란하거나 사치스럽지는 않았다고 해요. 실록에도 세조는 '검소했다'고 합니다. 기생이나 궁녀를 좇지도 않고 순전히 술 그 자체만 즐겼다고 하니 거하게 취해서 추태부리는 일이 흔한 오늘날 일부 높은 사람들이 본 받아야 할 '술꾼의 모범'이라고 하겠습니다. 술과 관련된 일화도 많습니다 . 세종 즉위 32 년 되던 해 (1450 년 ) 의 일입니다 . 명나라에서 사신이 왔는데 세종과 세자 ( 훗날 제 5 대 임금 문종 ) 가 동시에 와병이 들어서 두 사람 모두 사신을 접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 원칙적으로는 왕이 나갈 수 없다면 왕의 아들인 세자가 , 그도 나갈 수 없다면 세자의 아들인 세손이 맞이하는 것이 맞았지만 그 당시 세손 ( 훗날 제 6 대 임금 단종 ) 이 9 살 밖에 되지 않아 조정에서 사신 접대를 두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  이 때 세종의 ...

[주주총회-①탁주편] 토마토부터 우렁이 농법까지… '각양각색' 막걸리 언박싱

각 지역의 특색이 담긴 인기 탁주들을 술밤에서 직접 마셔봤습니다 :) 언박싱부터 시음까지 생생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 술밤은 건전함 음주문화를 지향합니다. 지나친 음주는 No!

[신상털기] 맥파이 복덩이-독일의 봄 축제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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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2018년 연초에 '복(福)'들 많이 받으셨나요?  새해가 밝고 눈, 코 뜰새 없이 3개월이 지나갔습니다. 매번 해를 넘기면서 다들 하는 말 있잖아요. 맞습니다! 바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입니다. 지금 이 글 읽고 계신 여러분은 연초 복 많이 받으셨는지, 겨우 다시 일으켜 세운 계획들과 다짐하는 바는 이루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오늘 소개드릴 술은 바로 ‘복덩이’라는 맥주입니다. 복덩이는 국내 수제맥주 브루어리 맥파이가 지난해 5월 처음 선보인 맥주입니다. 맥파이 브루잉이라고 하면 한국에서 수제맥주 붐을 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했고, 아마 '국내에서 가장 핫한 수제맥주 브루어리 중 한 곳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태원 경리단길 맥파이 탭룸(지하)에서 마신 복덩이 한잔 복덩이는 13세기 독일 북부지방에서 페스티벌 시즌에 맞춰 양조되는 '마이복(Maibock)' 스타일의 맥주입니다. 긴 겨울이 끝난 것을 기뻐하면서 말 그대로 봄에 먹고 놀기 위해 만든 술이죠. 일반 맥주보다 색도 짙고 도수도 높긴 하지만 비스킷을 씹는 듯 고소하고 달달한 맛 덕분에 한잔 비우는건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지독히 추웠던 겨울이 가고 봄이 왔습니다. 미세먼지 때문에 이전처럼 봄을 온몸으로 즐길 수는 없게 됐지만, 마음 몽글몽글하게 하는건 여전하네요. 지금 저는 여의도 국회 근처에서 포스트를 쓰는 중인데 요며칠 날이 따뜻해서인지 윤중로에는 벌써 벚꽃이 만발입니다. 복덩이처럼 봄과 축제에 어울리는 맥주 마시면서 늘어지고만 싶습니다. ▲국회의사당 근처에 벚꽃이 만발했다 아, 여담이긴하나 맥파이 브루잉에 찾아가게되면 맥주 아닌 피자도 꼭 한번 드셔보시길 바랍니다. 최근에는 양고기 미트볼(램 미트폴) 피자를 새로 개발했다고 해서 다녀왔는데 양꼬치나 양고기 특유의 향신료 냄새(aka 겨드랑이 냄새) 좋아하신다면 매우 추천합니다. 반어법이 아니고 실제로 저는 양고기 향신료 냄새를 ...

[세상을 흔든 애주가들] 감기약 대신 술을 달라...주언라이가 사랑한 최고급 백주 마오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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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북한  노동신문이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현장 을 공개했습 니다. 비공개로 추진된 자리였던 만큼 사진은  세간의 이목을 끌었는데요. 특히나  사진  한 켠에  종업원이 들고 있던 술 에 눈길이 쏠렸 습니다. 바로 중국 최고급 백주 브랜드  마오타이 (茅台) 주입니다 .    이 술은  마오타이주  중에서도  중국 술  수집가들이   비싼  가격에 혀를 내두른다는  아이쭈이 ( 矮嘴 ·작은 주둥이)  장핑 (醬甁)   마오타이였 습니다 . 무려   한병 (540ml)에  128만 위안(약 2억1715만원)에 판매되고 있 는 데요 .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사이에 생산된 최소 30년, 최대 50년 된   희귀주입니다 .  시진핑 ( 习近平 )   국가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을 최고급 의전으로 맞이했다는 점을  예상해 볼  수 있는 대목 이었죠. 사실  마오타이주는  중국의 최고급 의전의 상징으로  오랜 기간   자리매김했습니다 . 중국의 지도부들이 사랑했던 술이기에 더욱 그러한데요 .  마오타이주가  첫 간택을 받은 것은  대 장정 시기로  돌아갑니다.  당시  마오쩌둥 ( 毛泽东) 이  이끌던  홍군은   마오타이주를  생산하는  구이저우 ( 贵州 )성 을  지나게 됩니다. 이때  그곳 주민들이  마오타이주를  들고 나와 지친 병사들을 위로 했습니다 .     두가지 ...